우리는 누구나 부모의 죽음 이후 성인 고아가 된다. 받아들일 준비가 된 나이에 맞이하는 부모의 죽음이냐 아니냐 하는 것, 단지 시기의 차이일 뿐. 셰릴은 불우한 유년시절을 지내왔던 터라 결혼은 한 나이였음에도 성숙한 자아는 아니였는듯, 준비가 아예 안된 상태에서의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자기를 아예 놓아버린다.
헤로인과 섹스와 알코올중독까지 철저히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삶. 그러다가 불현듯 자기를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기 위한 트래킹(하이킹)을 떠나며 나를 찾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리즈위더스푼이 연기도 잘하고 배경 음악도 다 좋았지만 편집이 빠르게 된 부분, 셰릴이 악몽이나 하이킹을 하며 지난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씬들의 편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킹하면서 내면에서 겪는 감정들이 욕이나 후회등의 대사로 나온다는 것 . 이내 잠들고자 하다가도 지난날이 떠오르거나, 언제 약과 술에 절어 잠들었는지 모르게 자다가 과거의 환영 같은 것들을 보고 깨는 장면들은 더더욱 나를 들킨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하이킹을 하며 낯선 남자들을 마주할 때 여성이 느끼는 공포감 같은 것들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어 여성작가의 실화라는 게 서슴없이 느껴진다.
기억나는 몇씬을 꼽아 보자면 우선 값싼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씬이 매우 인상 깊었다. 마치 인생 다 산 것 같은 정말 셰릴 그 자체로 퍼질 대로 퍼져서 다리 벌리고 앉은 리즈위더스푼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당신을 망치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의사의 대사. 곱씹어 볼만하다. 외부 환경요소가 아니라 결국 너를 괴롭히는 것은 너 자신이란 소리에 뜨끔했다. 방황하는 삶에서의 제정신, 제 자리를 찾는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엄마가 했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언제나 매일 볼 수 있는 태양 같은 것은 네가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고자 하면 매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마지막 담담하게 내레이션 하며 빠른 호흡으로 끝나는 게 좋았다. 치고 빠지기 전술. 끝나고 더 생각을 해보게 해 줘서 좋았단 의미이다.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여전히 나는 나일 것이며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나의 행동들) 있었기에 가능하다. 대사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데 귀에 정확하게 내려 꽂히는 present 현재, 선물이란 단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의 삶이 주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날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짧게 보고 와서 wings의 Let 'Em In을 계속 흥얼거렸는데 영화에 OST로도 나오더라. Walk Unafraid는 원곡이 R.E.M이고 영화에는 First Aid Kit의 버전으로 실려있다.
E quindi uscimmo a riveder le stelle.그래서 우리는 빠져나왔도다, 다시 한번 별을 보게 되었노라. - 단테 <지옥> 편 인용
2015/02/08 06:43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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